지난 금요일, 엄청나게 반가운 전화를 한 통 받았습니다.
저의 소설을 출간 계획 중인 출판사 편집자님으로부터의 전화였습니다.
『정크』라는 제목의 저의 장편소설을 출간하려는 출판사인데, 이 소설이 그동안 정말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작품입니다.
본래 작년 겨울방학에 시즌에 맞추어 출간하려던 것을, 저의 더딘 작업 속도 때문에 미루고 미루어 올 가을로 최종 일정이 잡혔지요.
한 권의 책이 나오기까지 단 한 번의 터치로 완성될 리는 결코 없고(그런 분들도 간혹 계시다고는 합니다만 안타깝게도 저는 그런 천재 작가는 아닌가 봅니다^^;;)
수정에 수정에 수정을 거듭해 책으로 나오게 되나 책으로 나온 뒤에도 완벽하지가 못해 재쇄를 찍을 쩍마다 문장을 번번이 고치게 됩니다.
하여 원고 수정 작업은 책이 나오기까지, 혹은 나온 뒤에까지도 늘 있어온 것인데,
이번에 나오게 될 소설『정크』에서는 유독 그 작업이 힘들었습니다.
초고를 완성했을 적만 해도 요가 강습은 다 그만두고 글만 쓰고 있던 때라
정해진 일정에 맞추어 출판사에 원고를 드렸었지만,
작년 여름부터 다시 요가 강사로 일하게 되고, 그에 부족함을 느껴 올해 초 새로운 요가 지도자 과정에 나가기 시작하면서
작업할 시간이 정말로 부족하기만 했죠. 그러나 출판사 입장에서는, 또 엄연한 한 명의 작가로서는 다 사적인 변명에 지나지 않을 뿐이었습니다.
예상보다 두 배, 세 배 넘게 길어진 수정 작업 기간.
그러나 그에 비해 별반 수정된 것도 없고, 그 긴 시간 동안 솔직히 무얼 하셨는지 잘 모르겠다는 출판사 편집자님의 호된 질책을 받았던 게 올해 3월 초였습니다.
그 때부터 사실 작가로서의 역량에는 한계도 많이 느끼고
힘들고 어려운 소설 쓰기 따위 그만두고, 내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요가만 하면서 평생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이미 계약이 체결된 소설... 그리고 저의 역량을 믿고 높이 사 주시며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케 해주었던 심사위원님들과 평론가, 출판 사업가 분들의 기대를 저버릴 자신 또한 없었습니다.
요가 수련과 요가 강습... 그리고 글쓰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 속에서 혼자 끙끙 앓으며 원고를 붙들고 있던 지난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렇게 수정에 수정을 거듭한 원고를 겨우 마무리 지어 지난 수요일에 출판사 편집장님께 보내 드렸더랬습니다.
힘들게 쓰기는 했으나... 200% 이상의 최선을 다했느냐고 물으면 솔직히 대답할 자신은 없습니다.
그래서 원고를 발송하면서도 계속 '여전히 미흡하다.. 일단 한 번 검토해 보신 뒤 다시 한 번 수정할 부분을 이야기 해 주시면 또 고치도록 하겠다' 라는 식으로 편지를 써서 보냈죠.
그리고 금요일... 출판사 편집장님께서 저에게 전화를 걸어 오셨습니다.
하루만에 원고를 모두 읽으신 편집장님께서는... 정말 완벽하다고, 더 이상 고칠 곳이 하나도 없고, 완전히 최고라고 찬사를 보내 주셨습니다(개인적으로 이 편집장님과 저의 첫 책 『제리』 작업도 같이 했었는데, 눈이 워낙 높으셔서 웬만한 작품으로는 만족하지 못하시는 분이었답니다ㅠㅠ 『제리』 완성 원고 보신 뒤에도 "뭐 이 정도면 된 거 같네요" 정도로만 말하셨던 분이죠).
특히 마지막 부분에서는 정말이지 감동이 물밀듯이 밀려들었다면서... 거의 울먹이시며 말씀을 이어가셨습니다.
대체 왜 그렇게 스스로 미흡하다며 자신없어 하는 편지를 보내셨느냐고도 이야기 하셨습니다.
수정 작업을 거치면서 편집자를 감동시키기가 쉬운 일이 아니라는 다른 직원들의 칭찬도 이어졌고요.
작가로서... 작품 좋다는 이야기보다, 더 듣기 좋은 말은 없다는 이야기를, 이 때 처음 실감했습니다.
또한 지난한 수정 작업을 더 이상 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가 그날 저에게 엄청나게 커다란 위안을 안겨다 주었습니다.
2010년에 처음 '오늘의 작가상' 수상 연락을 받았을 때보다,
첫 책인 소설 『제리』를 품에 안았을 때보다,
문화재단의 문학창작기금을 수혜했을 때보다 더 기쁘고 행복했습니다.
마치 날아갈 것 같았고, 그동안의 노력과 마음고생을 모두 보상받는 느낌이었습니다.
물론 문학이란 읽는 이에 따라 저마다의 평가가 엇갈리게 마련인지라
편집자님을 만족시켰다고 해서 독자들이 모두 좋아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첫 독자이신 편집자님께서 이렇게 좋아해 주시니... 나름 기대도 크고, 여러분들께도 빨리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입니다.
저의 두 번째 장편 소설 『정크』. 이제 내일쯤 작품 해설자를 섭외하고, 해설 원고가 완성되면 편집 작업에도 들어가게 됩니다.
그럼 아마 올 가을쯤 책으로 만나볼 수 있게 되겠지요.
간단히 줄거리를 설명해 드리자면,
이 땅에 살아가는 27살 동성애자 청년 '성재'의 슬픈 사랑이야기, 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직업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메이크업 아티스트 학원에 다니며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성재는
과거에 연인이었으나 이제는 여자와 결혼해 아이까지 낳고 살아가는 한 남자와의 관계에 여전히 집착합니다.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취직해 일하고 싶으나 그마저도 용이치 않은 현실,
일주일에 한두 번만 집으로 찾아오는 아버지와, 밤마다 노래방에 나가 도우미로 일하며 술을 마시고 들어와 쓰러져 있는 엄마.
좀체 견디기 어려운 쓰레기 같은 현실에 자꾸만 좌절하고 절망하는 성재는 무분별한 섹스와 마약에 기대어 겨우 살아갑니다.
시궁창 같은 삶의 진상에서 좀체 헤어나지 못하고 괴로워 하는 이 비루한 청춘의 결말이 궁금하시다면... 조만간 책이 나올 때 꼭 한 권씩 구입해 보시길 바랍니다^^
사사로운 제 자랑을 늘어놓는 것 같아 올릴까 말까 고민하다가...
저로서는 정말 진심으로 기쁜 소식이라, 함께 나누길 바라는 마음으로 용기내어 소식을 전하고 갑니다.
그럼 모두들 저의 소설 『정크』많이 기대해 주시길 바라며
오늘도 기쁘고 행복한 하루 사시길 간절히 바랍니다^^